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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의 선철(先哲)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1일
ⓒ 인터넷창녕신문
국사를 돌보는 왕에서 고을 수령과 참봉에 이르기까지 공무를 담당한 사람은 누구든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했다. 선공후사(先公後私)정신으로 임하지 않으면 퇴직 후에 고초를 겪거나 욕을 듣게 마련이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녹(祿)을 먹는 공직자는 자신과 가족, 친인척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 고장 창녕에는 옛날부터 훌륭한 공인이 많이 배출되었다. 3정승을 모두지낸 분이 있는가 하면, 불사이군(不事二君)으로 두문동에서 생을 마감한 선비도 계셨다. 오늘 소개할 분들은 어려운 시기에 나라와 군민을 위해 일한 훌륭한 분들이다.

먼저, 임란직전에 창녕현감을 지낸 한강(寒岡)정구(鄭逑,1543-1620)선생으로 관향은 청주이고 출생지는 성주다. 성리학자 김굉필이 진외증조부가 된다. 퇴계 이황을 사사(師事)하여, 인(仁)을 중시하였고 남명 조식에게 의(義)를 배우는 등 당대 영남학파 두 거두를 스승으로 모신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실천한 실학자다. 그 역시 사림파 학맥을 이어 받아 벼슬자리는 멀리했다. 뒤늦게 얻은 창녕 현감(선조 13년, 1580년)을 시작으로 함안 군수를 거쳐 사헌부 대사헌까지 지냈다. 창녕 현감 재직시절, 선생은 인재양성을 위해 8개의 서당을 설치하는 등 후학을 기르는데 힘을 썼고 주민에게 선정을 베풀고 일처리를 공정하게 했다. 그리고 사사로운 대접이나 선물은 일체 받지 않았다. 이에 감복한 지역민들이 옥천에 생사당을 지어 존경의 예를 표했다. 사후에는 고암면 관산서원에 배향되어 있다. 선생은 이언적, 정여창, 이황과 더불어 영남 5현에 오른 대학자로 창녕인들 사이에 지금도 회자(膾炙)되는 훌륭한 목민관이다.

또 한분은 추담 고유(秋潭 高裕,1722~1779) 현감이다. 그의 본관은 개성이고 상주 태생이다. 조선 후기 영조 때의 문신으로 병조좌랑을 거쳐 창녕현감, 안주목사를 지냈고 승정원 부승지에 오른 분이다. 선생의 치적은 칭송 받을 만 하지만,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설화로만 전해져 안타깝다. 첫 지방관인 창녕현감(1757-1760) 때는 선정을 베풀고 명 판결로 유명해 고창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 분은 공안사건을 원활히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심리를 이용한 절도범 검거와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의 입장을 잘 들어주고 명쾌하게 해결한 지혜로운 목민관으로 기억되고 있다.

끝으로 일제 말기에 창녕군수를 지낸 이항녕(李恒寧, 1915-2008) 선생이다. 그는 연안 이 씨며 충남 아산이 고향이다. 경성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뒤 하동군수와 창녕군수를 역임했다. 해방 후에, 일제의 관리가 되었던 것을 반성하며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 후 중등학교를 거쳐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였다. 그가 창녕군수로 부임하던 날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신임 군수를 맞이하느라 군청 공무원들은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일부는 주차장에 나가 버스를 기다리고, 몇몇은 정문에 도열해 군수를 맞이할 채비를 했다. 하지만 한나절이 지나도 군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 넋을 잃고 있는데, 낯선 청년이 군수실에 있다고 해서 가보니, 다름 아닌 신임 군수가 취임식도 마다한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는 허례와 허식을 싫어하는 소탈한 분이었다. 당시는 사진도 없고 인적사항 등 기본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이라, 군수라 하면 으레 예순 가까운 노인이라고만 생각했지, 20대 초반의 청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일제 앞잡이 노릇이나 하던 나이든 군수들과는 달리 권위의식이나 체면과는 거리가 먼 리더로 배려심이 깊어 군민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민원인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던 서기들의 태도마저 바꾸게 한 훌륭한 목민관이었다.
그밖에 오늘날 창녕 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일제 식민교육에 맞서 민족혼을 고취시키며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우리글과 역사를 가르친 창녕 교육의 선구자 성소영, 성준호, 하두학 선생님이 계셨다는 사실도 말해 두고자 한다.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시대의 행정책임자는 일반 행정업무 뿐만 아니라 사법, 치안, 복리, 후생 등 민생전반을 챙기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다. 특히, 당시는 신분제도가 확연히 구별되던 때라, 권한 행사를 하려든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분들은 만인의 인격을 존중하고 지역민을 위해 공명정대하게 행정을 집행한 분으로 기억되며, 지금까지 존경과 흠모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요즘도 선거 때만 되면 많은 입후보자들이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인용하고 자신도 훌륭한 목민관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임기를 끝내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부디 초심을 잃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김영일(수필가, 언론인)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19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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