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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김영일(수필가)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28일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어린 시절이 그립고 고향생각을 하게 된다. 50-60년 전해만해도 가을이 되면 우리 마을은 온통 노랗게 채색되었다. 드문드문 기와집들이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찍어 두었듯 했지만.......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은 휑하고 삭막하다. 하지만 동네 초가들은 새 볏짚으로 이엉을 올리고 정갈하게 마감되어 아늑하고 소담스러웠다. 들 너머 언덕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면 저녁밥 지어놓고 기다리실 엄마 생각에 하던 놀이를 멈추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때쯤이면 으레 하루에 다섯 차례 지나다니는 시간버스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신작로를 박차고 읍내로 질주한다.

일제 강점기시절 동네 어른들이 동원되어 매었다는 제방은 꼬마들의 놀이터이자, 소를 먹이는 방목장이 되었다. 배불리 풀을 뜯은 소가 물을 마시며 포만감을 드러낼 때 비로소 소를 몰고 나온 우리들의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안정을 찾게 된다. 걱정 없이 뛰놀던 그 시절이 파노라마 되어 뇌리를 스친다. 세월 따라 사람의 인심이 변하고 환경도 바뀌었지만, 맑은 토평천에서 유영하던 붕어 떼와 다리를 길게 뻗어야 겨우 건널 수 있었던 징검다리는 지금도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흑백사진이 되어 넘어간다.

“고향이 없는 사람은 인정이 없고 감정이 메말라 사랑을 할 수 없다”고 어느 수필가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고향이 바로 어머니이며 그리움이다. 내 맘속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고향은 밀레의 ‘저녁 종’보다 더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다. 감꽃이 필 무렵이면 꽃을 꿰어 목에 걸고 놀았고 여름이 되면 냇가에서 멱 감고 다슬기를 잡으며 진흙으로 장난감 만들어 놀았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볏단을 나르고 양파 모상지에 물을 주며 일손을 보탰던 기억도 있다. 동지섣달 긴긴밤에는 처녀 총각들이 작은 골방에 모여 쌀과 콩을 볶아 먹으며 형들이 들려주는 얘기 들으며 대처로 향한 꿈의 나래를 펴보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쫓기듯 하며 바쁘게 산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고향과 옛 동무들을 잊고 산다. 비록 가난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더불어 살았던 그 시절이 외려 그립다. 요즘은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그 때보다 오히려 더 빈곤하고 불안하며 허전하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행복지수가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고향이 그리워지고 자주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은 변해도 고향과 옛 친구들은 그 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줄 것이라는 당치도 않는 기대감을 안고 오늘도 고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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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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