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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지지(兩岡之地)
김영일(수필가, 방송인)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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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사와 한국중세사를 연구할 때 한문으로 된 원서 읽기가 죽기만큼이나 싫었는데, 차츰 나이 들어갈수록 고서를 찾아 읽고 답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제는 장맛비를 뚫고 동강(東岡)과 한강(寒岡)의 발자취를 찾아 길을 나섰다. 출발할 때 멀쩡하던 하늘이 북으로 가면 갈수록 굵은 빗줄기를 만들어 뿌렸다. 성주군 대가면에 위치한 목적지에 도착하니, 장대비는 그치고 뜰에 활짝 핀 배롱나무(나무 백일홍)가 화사한 웃음으로 이방인을 반겨주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동강 김우옹(東岡 金宇?)을 배향하는 청전서원(晴川書院)이다. 여말선초(麗末鮮初)에는 불교와 유교가 혼재하던 시기라, 성리학을 공부하는 유생들이 많아 한학자와 문장가가 많이 배출되었다. 가야산 자락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와 계곡과 들이 조화롭게 배치된 풍요로운 성주 땅에 인물이 많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른 분은 몰라도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고 노래한 이조년(李兆年)의 다정가(多情歌)는 학창시절에 배워 알 것이다. 성주를 대표하는 고려문인이다.
조선중엽 김우옹(東岡 金宇?)과 정구(寒岡 鄭逑)의 등장으로 성주 고을은 문향(文鄕)에서 유향(儒鄕)으로 더욱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퇴계(退溪 李滉)와 선비적 실천력을 가진 남명(南冥 曺植)에게 배운 양강(兩岡 즉, 東崗, 寒崗)은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한 초기실학자로 그들의 제자와 후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이론과 실천력을 가진 두 분의 고향, 성주를 후학들은 양강지지(兩岡之地)라고 부른다. 회연급문록(檜淵及門錄)에 의하면 초기에는 두 분의 문하생이 각각 50여 명으로 비슷하였으나 시대가 지날수록 큰 차이를 보여, 결국 한강의 문인은 342명, 동강은 56명으로 기록되어 양강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한강의 제자와 후손들이 그들의 스승과 조상의 위업을 잘 계승하고 받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강이 말년에 병을 치료하기 위해 45일 동안 동래온천에서 휴양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봉산욕행록(蓬山浴行錄)에도 잘 나타나 있다. 병환에 드신 75세 노스승의 마지막 휴양 길에 따라나선 문인 수가 12명이나 되었고 출발지인 칠곡 지암나루에는 대구 부사를 비롯한 20여명의 문인이 출영 인사를 했고 한강 선생이 세운 현풍 도동서원과 창녕, 함안, 영산현을 지날 때는 그곳 현감과 군수, 부사 심지어 관찰사까지 나와 술잔을 올리며 선생의 만수무강을 빌었다고 한다. 특히, 선생이 최초의 벼슬길에 나선 창녕에서 펼친 선정에 감동을 받은 후학들이 관산서원을 세우고 생사당까지 지어 선생을 흠모하였으니 그 분의 인품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고장 창녕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훌륭한 선열들이 많이 계신다. 일일이 거명할 수는 없지만 대충 떠오른 분만해도 고려 말 공민왕을 도와 개혁을 시도한 편조왕사 신돈과 좌시중을 지낸 조민수 장군 그리고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 정신으로 두문동에 들어가 72현이 되신 성사제 선생을 비롯한 벼슬을 버리고 입산한 성여완 같은 충신도 계신다. 조선조에는 초대 한성 판윤을 지내고 3정승을 지낸 성석린도 있다. 이 분들의 업적을 발굴해 제향하고 후학들에게 우리 고장이 충효의 본산임을 주지시키고 창녕을 찾는 외부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릴 것을 행정당국과 문화원 등에서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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