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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根本)으로의 귀환(歸還), 회광반조(廻光返照)

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지광 한삼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5일
ⓒ 인터넷창녕신문
바야흐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무성한 잎들이 하나 둘씩 단풍으로 물들어 근본으로 되돌아가는 ‘낙엽귀근(落葉歸根)’의 가을이다. 코로나 여파로 인에 예년처럼 아름다운 단풍놀이 단체여행의 즐거움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대다수 사람들의 볼 맨 소리가 이젠 깊은 불안과 시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바깥으로 지향해 온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들여 본심(本心/初心)으로 되돌리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지혜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잎이 메말라 떨어지면 낙엽이 되고 낙엽은 궁극적으로 나무의 근본인 뿌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낙엽귀근(落葉歸根)’의 생명철학이다.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듯이 사람들도 순간순간 근본인 본래 마음자리로 귀환(歸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빠른 길이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이 어리석은 ‘외도(外道)’라면 안으로 되돌리는 마음은 스스로 자각(自覺)을 불러일으키는 지혜로운 ‘중도(中道/正道)’의 길이다.

꿈속에서 깨어나는 것을 ‘깨달음’에 비유한다. 깨달음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면서 ‘심행처멸(心行處滅)’이다. 다시 말해 언어의 길이 막히고 마음(생각)이 끊어진 지혜의 영역이다. 지혜는 모양으로 분별하는 생각이 아니라 전체의 전모를 환히 꿰뚫어 실상을 보는 ‘통찰력(洞察力)’을 의미한다. 지혜의 대광명(大光明)이 생각으로 일어나는 어리석음의 무명(無明)을 일순간에 제압하는 것이 ‘깨달음의 미학(美學)’이다.

사람은 생로병사(生老病死)요 마음은 생주이멸(生住異滅)이며,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생겼다 사라짐을 반복한다. 이게 생명의 순환 질서이다. 세상은 이처럼 끊임없이 ‘일음일양(一陰一陽)’이라는 변함없는 섭리(攝理)대로 진행이 되고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짓날부터 서서히 해가 길어지듯이, 어둠이 가장 강할 때에 밝은 여명이 시작된다.

최근 들어 심신수련을 위해 가장 즐겨 찾는 산이 화왕산이다. 갈수록 산행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느 때보다 밝아져 옴을 느낀다. 산(자연)이 주는 마음치유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한편으론 그 분들의 표정이 밝아진 것도 사실이겠지만 실은 필자가 그렇게 보기 때문에 밝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함이 옮을 것 같다.

인도의 성자 오쇼 라즈니시의 말이 떠 오른다.
“나는 깨달음을 얻게 되면 그동안의 모든 의문이 다 해결되고 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깨닫고 보니 의문이 풀리는 게 아니라 모든 의문이 사라지는 것이다”
깨친 세계와 못 깨친 세계가 물리적으로는 동일한 공간일지라도 심리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계임을 말하고 있다. 의문 자체가 아예 통째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깨달음의 엄청난 묘미와 반전이 있는 것이다.

봄에 꽃이 피고 지지만 봄은 피고 지는 일이 없다. 깨달음은 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봄을 아는 안목(眼目)이다.

물은 인연을 만나는 데 따라 얼음(고체)도 되고 구름(기체)도 되며 빗물(액체)도 되지만 근본은 변함없는 물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또한 인연에 따라 생멸(生滅)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영원한 생명력으로 존재한다. 몸은 모였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이고 무상(無常)한 가합체이지만 근본 마음(本心)은 태양처럼 밝게 빛나서 언제나 크고 밝고 충만하다.

무아(無我)이기에 ‘나’라는 ‘아상(我相)’이 없으면 대상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대상(물건)을 만날 때 마음(욕심)이 일어나는 것이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이 때 ‘하심(下心)’을 통해 ‘아상(我相)’을 내려놓으면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른다. 무심이 되면 마음이 초기화 된다. 이것이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해탈자재(解脫自在)하는 대 자유인이 되는 마음의 구조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평상심(平常心)’의 경지다. 평상심(平常心)이 바로 가장 차원 높은‘도(道)’의 경지다. 무심과 평상심을 합쳐 ‘중도(中道/正道)’라고 부른다. 이게 선지식이 말하는 ‘중도의 공식’이다.
‘중도(中道)’란 ‘집착없이 마음을 내는 자유 자재함’이다(應無所住而生其心)

‘몸’을 ‘참나’라고 여기면 몸속에 갇힌 ‘작은 나(小我)’에 머물러 온갖 번뇌 망상과 괴로움에 시달리지만, ‘마음(本心)’이 바로 ‘참나(自性)’라는 사실을 안다면 삼라만상 일체 존재가 바로 내(大我) 안에서 머무는 나의 작은 분신(分身)이자 내용물일 뿐이다. 그래서 일체(一切)가 유심(唯心)이다. 내 마음 속에 온 우주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우주속의 일체 존재는 있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아서 있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본다. 싫은 마음, 증오의 눈으로 보면 가증스럽고 미운 사람으로 보인다. 따뜻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보면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 밉지도 좋지도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미운사람은 멀리해서 가까이 오면 화를 내고, 좋은 사람은 가까이 하려고 욕심을 내서 집착하며,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사람에겐 관심도 두지 않는 어리석은 마음을 내는 것이 인간이다. 지구촌 70억 인구 수만큼의 세상이 존재한다. 지구촌은 물리적인 공간이지만 사람들의 숫자만큼의 마음공간이기도 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인식파를 좋게 바꾸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천상으로 바뀐다. 같은 값이면 크게 보고 넓게 보고 좋게 보면 바라보는 대상보다 내가 우선 편하고 좋다. 이게 ‘깨달음의 행복’이다.

조선시대 선승이었던 진묵대사의 선시(禪詩)가 마음의 크기와 씀씀이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마음그릇으로 도인(道人)의 도량을 알 듯 하다.

“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月燭雲甁海作樽 (월촉운병해작준)
大醉居然仍起舞 (대취거연잉기무)/ 却嬚長袖掛崑崙 (각염장수괘곤륜)“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자리로 삼으며, 산을 베개로 삼고 달을 촛불로 삼으며, 구름을 병풍으로 삼고 바다를 술통 삼아, 크게 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매 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까 싫어 그만두리라.”

선(禪)에서는 존재의 고향인 본심으로 돌아가는 방편으로 ‘의식(빛)을 돌려서 거꾸로 비추다’라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지혜를 알려준다. 밖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유위법(有爲法)’이 아니라, 안으로 돌이키는, 함이 없는 ‘무위법(無爲法)’ 수행이 그것이다.

어리석은 원숭이가 연못에 비친 달을 건지려고 애쓰는 모습이 ‘유위법’이라면 사람이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로 쳐다보는 것이 ‘무위법’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내면을 성숙시키고 내공을 쌓는 마음공부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마음공부의 목적은 하늘에 떠 있는 실상의 달(心月/眞月/本心)을 확인하는 것이다.
“막구수중월(莫求水中月) 진월여심중(眞月汝心中)”
“물 위의 달을 구하지 말라. 진짜 달은 너의 마음속에 있다.” 범주선사의 선묵화에 담긴 이 한마디 화제(畵題)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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