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UPDATE : 2025-05-03 09:15:4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기고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3)

* 편조, 회한(悔恨)의 시묘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아버지 신원경의 장례는 개경에서 아들들이 돌아오고서 두 달이 지나서야 영축산 산록에 안장하였다.
편조는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을 온 일미암의 진묵대사와 각조, 벽송과 벽계 앞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승님. 비록 제가 중이 되어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지만 제 부모가 누군지 이제 막 알았으니 한탄이 절로 나오고 아버지를 진작 만나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걸 뉘우치며 누구를 불문하고 원망이 절로 나옵니더.”
진묵대사는 편조의 하소연을 귀담아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관상이 흉하다고 절에 맡겨 중으로 만들게 한 네 조부님 초당이나 아들을 청룡암에서 만났으나 지 아들임을 내색하지 못한 초재나 이때껏 네 출생 내력을 밝히거나 알려주지 않은 나와 송허선사가 원망스럽기도 할 거야.”
옆에서 얘기를 듣던 벽송이 끼어들었다.
“우째 회한이 없겠습니껴? 내 같으면 화가 나서 고함을 치든지 통곡을 하든지 아이문 방구(바위)에 대가리를 처박고 피가 나도록 분풀이를 하겠구마.”
“에이! 이놈아! 수도 정진하여 머리를 깎은 녀석이!”
진묵대사는 짐짓 벽송을 크게 나무랐다. 편조는 자기 생각을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모시며 효도하지 못한 죄를 용서받는 길이 어찌 없겠습니까? 비록 속세와 인연을 끊고 출가했다지만. 스승님! 이 하찮은 놈이 연을 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잠시 산에서 내려와 아버지 산소를 지킬까 합니다.”
진묵대사는 편조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 잠시 하산하여 속세의 인연을 이었다가 그것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옆의 벽송이 또 끼어들었다. 사제 각조는 말이 없이 스승의 말을 기다렸다.
“대사님. 편조 스님도 3년을 시묘 살아야 합니껴?”
“아니다! 1년 만에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라.”
“예…….”
시묘를 1년 만에 그치라는 진묵대사의 명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보통 3년을 묘 곁에 초막을 짓고 거친 밥을 먹으며 효도를 하는데. 시묘(侍墓)는 신예를 비롯한 형제들이 다 모여 번갈아 가며 지냈으나 편조는 그들과 상관없이 산소 옆 초막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그는 형제들에게 공언했다.
“내가 내 뜻과 상관없이 조부님이 정한대로 중이 되어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했으니 불효가 아니냐? 나는 1년 열두 달을 시묘하겠다. 내가 중이 될 때 속세과 인연을 끊겠다고 서약을 했는데 진묵 대사님의 허락을 받았다. 1년만 하산하여 아들의 도리를 다하라 하시네.”
신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야 부자지간임을 알았으니 얼마나 애통하고 한이 많겠소. 우리 중 형제 하나가 옥천사 스님이 된 줄을 저도 정말 까맣게 몰랐소. 1년 하산을 허락받았다니 뜻대로 하시구려.”
조선 시대에 와서는 적서차별이 극심하였으나 고려 때는 그리 심하지 않아 형제들은 돈독한 우애를 갖겠다고 편조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신예는 대범하게 누가 형인지 아우인지 따지지 않고 편조를 대했으며 나머지 신부나 신순, 신귀는 편조를 형님으로 대했다.
“네가 절에서 불경만 공부하였을 텐데 이제 잠시 하산하였으니 내가 읽은 책들을 가져왔으니 틈틈이 예불도 드리고 불경도 읽으면서 논어와 춘추를 읽어봐라.”
“옥천사에서 글공부할 때 소학이니 논어니 조금 배운 바 있어.”
“그랬구먼. 스님들이 원나라로 가서 그곳 고승들을 만나 배워 득도하였다 하니 너도 그래야지. 내가 중국말을 가르쳐줄 테니.”
“그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릴세.”
신예의 제안으로 편조는 초막에 가져다 놓은 논어나 춘추를 비롯한 책들을 읽었고 또 중국말을 배우고 익혔다.

진묵대사가 허락한 1년의 기한이 다 되어 편조는 아버지 무덤을 지키던 시묘살이를 끝내고 일매암으로 돌아갔다.
“부모님 시묘도 일종의 고행이고 수행이니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수도 정진하여 깨닫기 바란다.”
옥천사 주지 청암대사가 당부했다. 관룡사 뒤에 있는 또 다른 스승이며 그에게 신돈이란 이름을 지어주셨던 할아버지인 송허선사의 부도를 찾기도 했다. 시묘살이를 마치고 일미암으로 돌아온 지 넉 달 만에 진묵대사에게 조심스레 여쭈었다.
“스승님. 1년 시묘를 끝냈으나 제 마음이 여전히 불안하고 어지럽습니더,”
“아직까지 업보와 회한이 남아서 그런 거다.”
“스승님, 부처님께서 부귀영화와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했듯이 저도 절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행각승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스승 진묵대사는 쉽게 답을 하지 않고 며칠을 지내고서야 행각승 수행을 허락하였다.
“언제 올끼고? 행각승이 되어 돌아댕기면 곳곳에 도적이 설치고 공양도 제대로 못할 것인데?”
벽송이 걱정을 하자 편조는 웃음으로 회답했다.
“며칠쯤은 굶을 각오를 해야지. 넉넉잡고 1, 2년은 걸리지 않겠어?”
시묘하러 영산을 다녀온 지 다섯 달 만에 편조는 가벼운 바랑을 메고 행각승 차림으로 일미암을 훌쩍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 인터넷창녕신문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 Copyrights ⓒ창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경제/사회
산불 희생자 지원 성금 기탁자..
산불 희생자 지원 성금 기탁자•경남농협창녕향우회 고향사랑 기부금 400만원•창녕군(재)강산문화연구원 500만원•사)대한노인회 1천650만원•계성면.. 
창녕군청 여자자전거선수단 이주은 선수 국가대표 선발..
창녕군청 여자자전거선수단(단장 최영호 부군수) 소속 이주.. 
창녕군, 이방 안리마을 청년 외식 창업공간 오픈..
창녕군은 ㈜더본코리아와의 협력을 통해 농촌지역 경제 활성.. 
고향 창녕이 힘들때마다 어김없이 도움 손길 내민 김태명 리베라 ..
지난 20여년간 55억원이 넘는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창녕군, 35기 노인대학 개강식 열려..
창녕군은 지난 7일 창녕노인복지회관에서 (사)대한노인회 .. 
대합면 이복아 어르신, 어려운 이웃 위해 성금 기탁..
창녕군 대합면은 지난 11일 대합면 도개마을 이복아(85..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대합면에 전기장판 기탁..
창녕군 대합면은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100만 원 상당.. 
리베라관광개발 회장 김태명 제 59회 납세자의 날 산업포장 수훈..
부동산 개발업과 호텔업, 연회컨벤션을 전문으로 하는 리베.. 
2025년 재경창녕군향우회 열다..
그리운 고향 언제나 가슴에 남는다재경창녕군향우회 (회장 .. 
대동상회 박순구 대표 창녕군인재육성장학재단 장학금 기탁 ..
창녕군은 지난 30일, 박순구 대동상회 대표가 (재)창녕.. 
제44회 전국장애인체전 해단식..
창녕군장애인체육회가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 
창녕군 우포따오기 대한민국 전역으로 확산..
창녕군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우포따오.. 
김보순 창녕군친환경농업협회장, 13년의 친환경 농업 결실 맺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서 무려 13년 동안 묵묵히 친환경 .. 
㈜창녕신문은 법무법인 “사이”와 MOU체결..
㈜창녕신문은 지난 8월 21일 유영숙 대표와 법무법인 사.. 
함양 愛 반하고! 산삼 愛 빠지다’ 제19회 함양산삼축제 10월..
지리산 함양에서 펼쳐지는 건강 항노화 축제 ‘제19회 함.. 
창녕군, ‘2024년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성황리에 개최..
창녕군여성단체협의회(회장 정정순)는 지난 29일, 창녕문.. 
창녕 출향인 최원영(66세) 전 보건복지부 차관, 건강보험분쟁조..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7월 15일 신임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제4대)에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임명됐다고 밝혔다.건강보험분쟁조정.. 
국내 마늘 최대 생산지 창녕, 햇마늘 초매식..
창녕군은 지난 1일, 관내 5개 농협(창녕·남지·우포·이.. 
(사)한국지역신문협회 경남지역신문협의회 5월 월례회 친환경생태도..
(사)한국지역신문협회 경남지역신문협의회(회장 최경인·주간.. 
칼럼/기고
[기획취재] 창녕 따오기야 더 힘차게 더 멀리 날아다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12..
헬스장에 근무하는 트레이너는 건강관리와 체력 증진을 지원하는 전.. 
[박대겸칼럼]소방공무원 재난사고와 창녕 낙동강 유채 축제 연기 및 축소의 의미..
지난달 23일 지리산 산청군 산불 진화 과정에서 창녕군 공무원과..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11..
계약은일상생활뿐 아니라 기업 활동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체결되는 .. 
[박대겸칼럼]4차 산업혁명 시대,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축제의 세계화를 꿈꾸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창녕 남지 낙동강 유채축제의 세계화를 꿈꾸..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10..
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10)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을 ..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9..
“성희롱”이란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 
[창녕문화원장 한삼윤]정해져 있지 않은 법[무유정법(無有定法)]..
정해져 있지 않은 법 [무유정법(無有定法)] ‘무유정법(無.. 
[박대겸 칼럼] 『4차 산업혁명과 AI 정보화 시대에 대한 이해. Ⅱ』..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노년층들도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변화에 ..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8..
형법은 제33장에서 명예에 관한 죄를 규정하면서, 명예훼손과 모.. 
박대겸교수칼럼『4차 산업혁명과 AI 정보화 시대에 대한 이해』..
AI 시대:AI (인공지능) 시대는 AI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7..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이는 절대적·무제한적인.. 
(화왕산 메아리 104) 구국(救國)의 영웅시대..
한 국가의 존망(存亡) 위기에 시대의 영웅이 탄생한다. 조선시대..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6..
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잘 설치하지 않지만, 과거 설치된 엘..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5..
형사합의금은 얼마로 정하면적정할까.사실 정답은 없다. 형사합의금.. 
등록번호 : 경남 아02330 / 등록일자 : 2016.01.27 /제호: 창녕신문 /명칭: 인터넷신문
주소 :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종로 38-5 / 발행인 : 유영숙 / 편집인 : 유영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영숙
등록일자 : 2016.01.27 / 발행일자: 2016.1.27 / mail: cnilbo@hanmail.net / Tel: 055)533-6709, 055)533-0207 / Fax : 055)533-3345
Copyright ⓒ 창녕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