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UPDATE : 2026-07-29 08:18:1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칼럼/기고

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3)

* 편조, 회한(悔恨)의 시묘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아버지 신원경의 장례는 개경에서 아들들이 돌아오고서 두 달이 지나서야 영축산 산록에 안장하였다.
편조는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을 온 일미암의 진묵대사와 각조, 벽송과 벽계 앞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승님. 비록 제가 중이 되어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지만 제 부모가 누군지 이제 막 알았으니 한탄이 절로 나오고 아버지를 진작 만나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걸 뉘우치며 누구를 불문하고 원망이 절로 나옵니더.”
진묵대사는 편조의 하소연을 귀담아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관상이 흉하다고 절에 맡겨 중으로 만들게 한 네 조부님 초당이나 아들을 청룡암에서 만났으나 지 아들임을 내색하지 못한 초재나 이때껏 네 출생 내력을 밝히거나 알려주지 않은 나와 송허선사가 원망스럽기도 할 거야.”
옆에서 얘기를 듣던 벽송이 끼어들었다.
“우째 회한이 없겠습니껴? 내 같으면 화가 나서 고함을 치든지 통곡을 하든지 아이문 방구(바위)에 대가리를 처박고 피가 나도록 분풀이를 하겠구마.”
“에이! 이놈아! 수도 정진하여 머리를 깎은 녀석이!”
진묵대사는 짐짓 벽송을 크게 나무랐다. 편조는 자기 생각을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모시며 효도하지 못한 죄를 용서받는 길이 어찌 없겠습니까? 비록 속세와 인연을 끊고 출가했다지만. 스승님! 이 하찮은 놈이 연을 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잠시 산에서 내려와 아버지 산소를 지킬까 합니다.”
진묵대사는 편조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 잠시 하산하여 속세의 인연을 이었다가 그것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옆의 벽송이 또 끼어들었다. 사제 각조는 말이 없이 스승의 말을 기다렸다.
“대사님. 편조 스님도 3년을 시묘 살아야 합니껴?”
“아니다! 1년 만에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라.”
“예…….”
시묘를 1년 만에 그치라는 진묵대사의 명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보통 3년을 묘 곁에 초막을 짓고 거친 밥을 먹으며 효도를 하는데. 시묘(侍墓)는 신예를 비롯한 형제들이 다 모여 번갈아 가며 지냈으나 편조는 그들과 상관없이 산소 옆 초막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그는 형제들에게 공언했다.
“내가 내 뜻과 상관없이 조부님이 정한대로 중이 되어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했으니 불효가 아니냐? 나는 1년 열두 달을 시묘하겠다. 내가 중이 될 때 속세과 인연을 끊겠다고 서약을 했는데 진묵 대사님의 허락을 받았다. 1년만 하산하여 아들의 도리를 다하라 하시네.”
신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야 부자지간임을 알았으니 얼마나 애통하고 한이 많겠소. 우리 중 형제 하나가 옥천사 스님이 된 줄을 저도 정말 까맣게 몰랐소. 1년 하산을 허락받았다니 뜻대로 하시구려.”
조선 시대에 와서는 적서차별이 극심하였으나 고려 때는 그리 심하지 않아 형제들은 돈독한 우애를 갖겠다고 편조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신예는 대범하게 누가 형인지 아우인지 따지지 않고 편조를 대했으며 나머지 신부나 신순, 신귀는 편조를 형님으로 대했다.
“네가 절에서 불경만 공부하였을 텐데 이제 잠시 하산하였으니 내가 읽은 책들을 가져왔으니 틈틈이 예불도 드리고 불경도 읽으면서 논어와 춘추를 읽어봐라.”
“옥천사에서 글공부할 때 소학이니 논어니 조금 배운 바 있어.”
“그랬구먼. 스님들이 원나라로 가서 그곳 고승들을 만나 배워 득도하였다 하니 너도 그래야지. 내가 중국말을 가르쳐줄 테니.”
“그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릴세.”
신예의 제안으로 편조는 초막에 가져다 놓은 논어나 춘추를 비롯한 책들을 읽었고 또 중국말을 배우고 익혔다.

진묵대사가 허락한 1년의 기한이 다 되어 편조는 아버지 무덤을 지키던 시묘살이를 끝내고 일매암으로 돌아갔다.
“부모님 시묘도 일종의 고행이고 수행이니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수도 정진하여 깨닫기 바란다.”
옥천사 주지 청암대사가 당부했다. 관룡사 뒤에 있는 또 다른 스승이며 그에게 신돈이란 이름을 지어주셨던 할아버지인 송허선사의 부도를 찾기도 했다. 시묘살이를 마치고 일미암으로 돌아온 지 넉 달 만에 진묵대사에게 조심스레 여쭈었다.
“스승님. 1년 시묘를 끝냈으나 제 마음이 여전히 불안하고 어지럽습니더,”
“아직까지 업보와 회한이 남아서 그런 거다.”
“스승님, 부처님께서 부귀영화와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했듯이 저도 절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행각승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스승 진묵대사는 쉽게 답을 하지 않고 며칠을 지내고서야 행각승 수행을 허락하였다.
“언제 올끼고? 행각승이 되어 돌아댕기면 곳곳에 도적이 설치고 공양도 제대로 못할 것인데?”
벽송이 걱정을 하자 편조는 웃음으로 회답했다.
“며칠쯤은 굶을 각오를 해야지. 넉넉잡고 1, 2년은 걸리지 않겠어?”
시묘하러 영산을 다녀온 지 다섯 달 만에 편조는 가벼운 바랑을 메고 행각승 차림으로 일미암을 훌쩍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 인터넷창녕신문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 Copyrights ⓒ창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경제/사회
창녕군, 민선 9기 새 군정지표 ‘창창한 창녕 행복한 군민’ 확..
창녕군은 민선 9기 출범을 맞아 군정 운영의 핵심 가치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인터뷰] 경지협, 경남도지..
....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도지사 후보 인터뷰] 경지협, 경남도지사 ..
1.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 재선 도전을 결심하게 된 구체.. 
한정우 전,창녕군수 항소심 재판에서도 무죄 판결...
밀양지원의 1심 판결에 이어 부산고법에서도 무죄 판결.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연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 (사)밀양·창녕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사장 김호근)는 .. 
(사)대한노인회 창녕군지회, 제17대 신병옥 지회장 취임..
"입은 닫고 지갑은 부지런히 여는 어른이 될 것입니다"지.. 
길곡면 알에스영농조합법인 토마토기업 통큰 전영두 대표 올해 면민..
지난 3월 13일 길곡면 알에스영농조합법인 대표 전영두는.. 
오인태 경남교육감 예비후보 인터뷰 경지협, 경남교육감 예비후보 ..
경남지역신문협의회(회장 최경인·주간함양)는 3월 18일 ..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 농지은행사업 예산‘215억원’확보..
○ 한국농어촌공사 창녕지사(지사장 서정훈)는 26년 농지은행사업 예산으로 215억원을 확보해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은퇴와 청년 농업인의 농업.. 
제7회 창녕농협 사랑의 김치나눔 행사..
창녕농협 (성이경 조합장)은 지난 12월 04일(목) 창.. 
㈜리베라관광개발 김태명 회장, 고향 창녕에 또 한 번 고향사랑..
창녕군은 5일 김태명 ㈜리베라관광개발 회장이 고향사랑기부.. 
㈜리베라관광개발 김태명 회장, 20년째..
창녕군 출신의‘기부 천사’(주)리베라관광개발 김태명 회장.. 
김상권 전 교육국장 출판기념회 개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재도전을 선언한 김상권 전 경남.. 
㈜경남조경수 윤수근 대표, (재)창녕군인재육성장학재단에 장학금 ..
....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 신간 《행복교육의 역설을 넘어》 출..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의 신간 《행복교육의 역설을 넘어.. 
권순기 전 경상국립대 총장, `권순기의 교육 감동` 출판기념회 ..
경상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권순기 박사가 자신의 교육 철학.. 
최병헌 전 학교정책국장 경남도교육감 출마 선언..
최병헌 전 경상남도교육청 학교정책국장이 내년 6월 3일에.. 
(사)한국조경수협회 윤수근 회장 제6회 임업인의 날 동탑산업훈장..
숲으로 잘 사는 산림르네상스 시대에 ‘사람을 살리는 숲,.. 
권순기 전 경상국립대 총장 북콘서트 열린다..
제9대, 11대 경상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권순기 박사가 .. 
칼럼/기고
[기고]어르신이 빛나야 모두가 안전합니다...
어두운 밤이나 안개가 자욱한 새벽녘, 시골길을 운전해 본 이들이.. 
“군복을 벗고 시작한 또 다른 사명, 인생 2막을 걸으며”..
육군 소위로 임관하며 첫발을 내디딘 이후 30년 동안 군복을 입.. 
(화왕산 메아리 110) 지방선거 당선자의 책무..
‘중단 없는 군정을 통한 예산 1조원과 생활인구 500만 시대를..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6..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은 기소편의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7.. 
[한삼윤칼럼] ​효(孝)와 교(敎) / 씨앗에서 글로..
-창녕문화원장 한삼윤- ​한자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삶의 지혜.. 
(화왕산 메아리 109) AI시대를 대비하자!..
2016년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 라는 주제의 세계경제포럼(..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5..
수사는 범죄 혐의의 유무를 밝혀 공소 제기 및 유지 여부를 결정..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4..
자신의 딸이 음식점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들은 한 조명기구 판매업.. 
소학(小學)의 길, 오늘의 인문학: 근본을 묻다..
-창녕문화원장 한삼윤-'길 위의 인문학'은 곧 도학(道學)입니다..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3..
억울한 일을 당해 경찰에 고소·고발을 하였으나 ‘혐의 없음’, ..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2..
형법 제355조는 제1항에서 횡령죄를, 제2항에서 배임죄를 규정.. 
[한삼윤칼럼] ‘여씨춘추(呂氏春秋)’, 사랑(仁)과 정의(義)의 정치철학..
‘여씨춘추(呂氏春秋)’, 사랑(仁)과 정의(義)의 정치철학 .. 
[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1..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매우 가까운 거리에.. 
[한삼윤칼럼]관측(觀測)과 호명(呼名)..
세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눈길에 닿을 때 .. 
[화왕산 메아리 108]네팔(Nepal) 폭력사태의 교훈..
세계 역사상 장기독재·철권 통치자는 망하고 성공한 사례가 東西古.. 
등록번호 : 경남 아02330 / 등록일자 : 2016.01.27 /제호: 창녕신문 /명칭: 인터넷신문
주소 :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 종로 38-5 / 발행인 : 유영숙 / 편집인 : 유영숙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영숙
등록일자 : 2016.01.27 / 발행일자: 2016.1.27 / mail: cnilbo@hanmail.net / Tel: 055)533-6709, 055)533-0207 / Fax : 055)533-3345
Copyright ⓒ 창녕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