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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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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잘 설치하지 않지만, 과거 설치된 엘리베이터에는 유리로 된쪽창이 종종 있었다. 엘리베이터 쪽창은 주로 방범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안과 밖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탓에 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엘리베이터 쪽창에 대해서는 괴담도 유행했다. “어떤 여학생이 야자를 마치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데, 혼자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무섭던 차에마침 인자하게 생긴 아저씨가 함께 타서 안심한다. 아저씨는 학생이 몇 층에 사는지 묻고, 여학생은 대답한다. 아저씨는 자신이 그 바로 아래층에 산다면서 인사하고는 아래층에서 내린다.아저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창문 너머로갑자기 칼을 꺼내서 보여주더니, 미친듯이 위층, 바로 여학생이 내릴 층으로 뛰어올라간다." 괴담일 뿐이겠지만, 그 잠깐 사이 학생이 느꼈을 불안감은 가늠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그것이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처벌규정이 충분하지 않았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은 불안감조성(19호),“장난전화 등(40호), 지속적 괴롭힘(41호) 등에 대한형벌을 규정하지만,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만으로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에 미흡한 면이 있다. 애초에 경범죄처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면서(제1조),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 법을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남용 금지 원칙을 선언하듯이(제2조), 강력범죄의 전조 증상을 제재하는 데 목적을 둔 법규로 보긴 어렵다.
최근 사례로, 한 사람이 늦은 시간인 오후 9시경 알 수 없는 장소로부터 피해자가 사는 아파트에 따라 들어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한 다음 피해자를 따라 14층에서 내린 다음 비상구 계단을 통해 내려간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사실 해당 아파트 7층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집이 있는 7층에 도착했을 때는 스스로 닫힘 버튼을 눌렀고, 피해자가 사는 14층까지 함께 올라가면서 피해자를 바라보며 웃었는데, 겁을 먹은 피해자가 “왜 그러시냐”는 취지로 물어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에서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9호가 적용되어 벌금 10만원의 형이 선고되었다.
아마 위 사안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탄 것이라 적용이배제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안에 따라서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도 적극 활용된다. 2019년 30세 남성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원룸에 사는 20세 여성이 술에 취해 걸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여모자를 착용한 뒤 피해자의 뒤를 밟아 200m 정도 뒤쫓아간 뒤 피해자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 피해자를 따라 내리더니 피해자가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거의 닫았을 때 문 손잡이를 돌리거나 문을 두드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10여분 이상 강제로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위 사건에서 법원은 주거침입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의 형을 선고하였다(형법 제319조 제1항은 주거침입죄의 법정형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다). [다만 ‘강간이나 강제추행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개연성만으로 쉽게 그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주거침입강제추행)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스토킹행위를 제재하여 잠재적인 범죄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이고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스토킹행위의 처벌을 규정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를 규정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23년 각 제정되었다.
스토킹범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스토킹행위를 하여야 한다는 요건이 있으므로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가 수차 이루어진 것에 불과한 경우까지위 법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 또한 대법원은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큰 소리를 내 반복적으로 이웃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한편, 스토킹행위를 판단할 때, 어떤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지를 기준으로, 실제로 상대방이 그러한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는 불문한다는 입장인데,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스토킹행위의 성립범위가 예상 밖으로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처벌법은 수많은 피해자를 성공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규정 외에도 형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여러 법령에서, 기존 형법상의 강력범죄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일련의 불안감 조성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유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 스스로 대처하거나 위험을 방치하기보다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무법인 사이 김형진 변호사 (saai@saai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