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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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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의 생물권 보전지역, 화왕산성 관련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세계기록유산, 그리고 인류무형문화유산 영산줄다리기 등 세계적으로 드문 ‘3관왕 타이틀’을 가진 도시입니다. 이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자연, 역사, 생태의 보고(寶庫)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왕관은 반짝이는 기념패로 남아 있을 뿐, 우리 지역의 일상에는 깊이 닿아 있지 못합니다. 우포늪은 외지 탐방객들에게는 신비로운 여행지지만, 지역 주민에겐 단절된 보호구역일 뿐입니다. 화왕산성과 그 역사기록은 박물관에 갇힌 글자로만 남아 있고, 동양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곡 온천의 가치 또한 관광 안내판 너머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침묵하는 자원, 활용되지 못한 가치 창녕은 자원이 없는 도시가 아닙니다.문제는 그 자원들이 “삶의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 채, 행정의 보고서 속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가 감탄한 유산을 우리 아이들이 체험하지 못하고,국가가 보증한 생태의 보고가 마을경제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보존”이 아니라 “격리”에 가깝습니다.
왜 창녕은 침묵했을까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자원을 관리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그 자원을 활용하고 확장하는 데는 전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경제, 문화와 기술을 엮어 사람의 삶에 녹여내는 일입니다. 행정이 정보로만 일하면, 사람들은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 자원이 나의 삶을 바꾸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경험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지역은 살아 숨 쉬기 시작합니다.
창녕이 가진 3개의 왕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앞으로 저는 이 칼럼 시리즈를 통해 묻고 싶습니다. - 창녕의 자원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행정은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 리더는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가? 창녕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화려한 타이틀보다, 실제로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먼저여야 합니다.
“창녕의 보물은 장식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제20회 유채 축제 대회장 박대겸 부산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