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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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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문화원장 한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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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마음을 건드리는 말 한 마디가 있다. “네 덕분, 내 때문”. 처음 들었을 땐 단순한 겸손의 말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이 말엔 단순한 미덕 이상의 무게와 온기가 담겨 있었다.
평소 자주 들리는 식당 입구 벽면에도 어느 날 보니, 이와 비슷한 문구가 걸린 것을 알게 됐다. 작은 액자에 새겨진 “네 덕 내 탓”이란 글귀였다. “네 덕분 내 때문”이란 말과 같은 의미다. 오래도록 가슴에 와 닿는 말로, 필자로서는 위대한 발견이었다.
‘잘된 건 당신 덕분이에요’ 그 말 안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잘 안 된 것 제 때문이에요’, 그 안엔 책임을 내게 돌리는 솔직한 용기가 있다. 이 짧은 문장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세우는 말이자,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말이다. 말끝마다 탓과 핑계가 익숙해진 시대에 이 말은 작은 등불처럼 다가온다.
빛은 크지 않지만, 방향을 바꾼다. 사람이 되어간다는 건 어떠면, 잘한 것은 남의 덕으로 돌릴 줄 알고, 잘못한 것은 내 탓이라 여기는 그런 마음을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기서 문득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에게 덕을 입고, 무엇에 대해 내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 선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문학의 문앞에 선다. 인문학은 삶을 돌아보는 거울이다. 겸손과 책임, 사랑과 배려 같은 말들이 멋진 미사여구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네 덕분, 내 때문”이라는 문장 하나에도 인문학의 깊은 뿌리가 있다.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말. 누군가를 공으로 세우고, 자신을 공부의 주체로 만드는 말.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성찰을 일상 안에서, 말로, 태도로, 관계로 살아내기 위함이다.
관계를 이해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 모든 마음이 곧 인문학이다.
오늘 나는 누구 덕분에 웃었고, 무엇 때문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 모든 게 “네 덕분, 내 때문”이라는 짧은 문장 하나 덕분이다. 차제에 창녕문화원에서 매월 갖는 ‘손에 잡히는 인문학’ 강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