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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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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과 국제이주의 증가로 인해 부부 갈등이 국경을 넘는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양육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한쪽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일방적으로 해외로 이송하거나 귀국을 거부하는 상황이 생기면, 관련 국가 간의 법적 절차는 훨씬 복잡해진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국제 아동의 불법적 국외이송 및 유치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제정하였다. 협약의 핵심은 아동의 불법적인 이동이나 유치로부터 원거소로의 신속한 반환을 보장하고, 양육권과 면접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은 2012년 이 협약에 가입하고, 국내법으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협약상 양육권이 침해되어 아동이 이동되거나 유치된 경우, 탈취 상대방은 법원에 아동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이때 아동의 반환이 아동에게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중대한 위험이 있는지, 그 위험이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 반환 전후 양육 환경은 어떤지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반환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협약의 주된 목적이 ‘신속한 반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실무적 문제로 인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협약 불이행 국가 명단에 포함되었다. 아동 반환을 명하는 판결 이후 실제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반환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약에 따라 아동 인도를 명하는 심판은 가사소송법 제41조에 따른 집행권원이 되지만, 헤이그 국제아동탈취 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에는 국제적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집행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효적 집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법원은 2024년 1월, 헤이그협약에 따른 인도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규를 제정하였다. 특히 ‘유아가 인도를 거부할 경우 집행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을 배제함으로써, 아동 본인의 거부만으로 집행이 불가능하게 되던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아동의 복리를 보호하면서도 협약의 목적에 부합하는 실질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변화로 평가되는 한편, 법률이 아닌 예규로 제정된 점에 대한 지적도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아동의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적·강제적 집행을 무제한 허용한다는 의미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협약, 법률, 판례 및 예규 모두 무엇보다 아동의 복리를 취우선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고, 그러한 기준은 집행의 세세한 절차에도 적용된다. 아동의 반환 집행은 일반적인 강제집행 절차와는 달리, 더욱 섬세하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모든 판단의 중심에는 여전히 ‘아동의 복리’라는 원칙이 놓여 있어야 한다.
헤이그 협약은 단순히 부모의 권리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아동의 안정된 생활과 심리적 안정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장치다. 국경을 넘는 양육권 분쟁이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협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도의 실효적 운영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법무법인 사이 김형진 변호사 (saai@saa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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