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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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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는 유인책, 관리책, 현금수거책, 송금책, 총책 등 각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수행된다. 유인책, 관리책 등 여러 단계를 조직하는 '총책', 무작위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하여 피해자들을 속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기단의 하부 조직원인 현금수거책에게 현금을 교부하도록 유인하는 '유인책', 자신들이 고용한 현금수거책에게 구체적인 범행을 지시하는 등 하부 조직원들을 기능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책',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하여 전달하거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돈을 받아오는 '현금인출책', 현금인출책으로부터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받은 후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등으로 역할이 구분된다.경우에 따라 현금수거책이 인출책의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 중 현금수거책, 현금인출책 중 하부 조직원들은 보통 고수익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형식으로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구인·구직 사이트, 소액대출 중개 페이지, 검색창 배너, SNS 광고 등지에서 ‘채권 추심’, ‘투자금 전달’, ‘심부름 알바’, ‘고수익 알바’ 등의 명목으로 모집되며,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거나 계좌에서 피해금을 인출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초기에는비교적 정상적인 심부름을 시킨 뒤, 신뢰를 쌓고 본격적으로 불법행위에 관여시키는 방식이 흔하다. 현금수거책, 현금전달책으로 동원된 사람이 언제나 본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함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보이스피싱임을 알면서도 고수익에 이끌려 위험을 감수하지만, 사회 경험이 부족하거나 주의력이 부족한 이들이 단순한 심부름 정도로 오해하고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한다고 해서 곧바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거나 형사책임이 면제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법원은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가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채용절차 및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는 경위와 과정이 이례적인 사정, 대면한 적이 없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일이 보이스피싱 등이 아니면 상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한다. 실무상 그 고의 유무를 가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억울하게 이용당하고는 형사처벌과 민사상 배상책임까지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범죄의 지능화는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범죄의 인식 없는 사람을 범행의 도구로 끌어들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실직자나 취업을 갈구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무의식적으로 기망당해 도구로 이용당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못하였음을 탓하면서 공모관계나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기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는 사람이 고의범으로 중한 처벌을 받게 할 위험을 경계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실무상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현금수거책, 현금전달책을 모집할 때 통상 급전이 필요한 신용불량자, 청년, 주부 등 사회 경험이 부족한 취약 계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단순해 보이는 현금인출,수거,전달업무라도 그 실질은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고, 본인에게도 형사처벌과 막대한 배상책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법무법인 사이 김형진 변호사 (saai@saa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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