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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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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문화원장 한삼윤-
어느 날 문득, 책장을 넘기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우리는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가?‘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를 배우고, 철학자의 문장을 곱씹으며 사유하고, 소설 속 인물에 감정이입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일. 이 모든 인문학의 여정은 결국 사람과 사랑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요?
인문학은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차가운 정보가 아니라, 삶의 온기를 전하는 학문입니다.
그 안에는 나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있고, 삶의 아픔을 감싸는 깊은 마음이 있으며, 말을 뛰어넘는 공감의 침묵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인문학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실천적 행위입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고,철학을 공부한다는 건, 사람의 마음이 겪는 갈등과 선택의 순간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문학을 사랑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의 상처와 눈물을 나의 것으로 품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문학은 단순한 지적 훈련이 아닌, 인간적인 연습입니다.모르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시도,익숙한 것들에 다시 물음을 던지는 용기,그리고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감정과 화해하는 과정.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잊고, 사랑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사람을 이기려 하고, 사랑을 조건으로 계산하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그런 우리에게 다시 말해줍니다.'사람은 배워야 할 존재이며, 사랑은 익혀야 할 감정이다'라고.
이런 의미에서, 창녕문화원이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길 위의 인문학'은 매우 뜻깊은 여정이 될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 활자만 읽는 인문학이 아닌, 직접 강연을 듣고 현장을 탐방하며 사람과 삶의 의미를 곁들여 배워가는 시간입니다.
매주 금요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인문학의 향기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은 거창한 학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 다른 이의 고통에 눈을 맞추는 일, 그리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진실하게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인문학은 사람과 사랑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삶의 근육을 깊고 단단하게 길러줍니다. 이제, 책을 덮고 당신에게 묻습니다.당신은 오늘, 어떤 사람을 배웠고, 어떤 사랑을 익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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