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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이 변호사 김형진]생활속의 법률상식 시리즈22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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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55조는 제1항에서 횡령죄를, 제2항에서 배임죄를 규정한다. 그중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배임죄는 해석의 여지가 많아 논란이 잦다. 모든 형법 조문에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배임죄는 특히 처벌 범위와 가벌성의 경계가 모호하여 판단이 쉽지 않다. 독일 형법학자 헬무트 마이어는 1954년 논문에서 “배임에 대한 전형적 선례가 없으면 어떤 법원도 소추기관도 이 사례가 제266조(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그 모호성을 강조한 바 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본질을 신임관계에 기초한 임무위배행위로 타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데 있다고 파악하고, ‘임무위배행위’에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고 판시해왔다. 다만 대법원 2011.1.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형법 조문보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의 핵심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임죄라는 범죄유형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라고 설시한 것처럼, 법원은 배임죄 성립의 과도한 확대를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임죄의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고 인정 범위는 넓다. 형사법 규정은 수범자가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 예측가능해야 하고 공권력의 자의적 집행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해야 한다. 경계가 모호하면 예측가능성도 낮아진다. 특히 이윤 추구와 신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기업 활동에서 예측가능성은 중요하다. 법원은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기에,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 의도 없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 이익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결정했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입장과 동시에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영상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 형사처벌 위험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고, 이는 신속·과감한 기업 경영의 속성에 반하여 기업가의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편 배임죄가 적용되는 행위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계주가 계원들로부터월불입금을 모두 징수하고도 임무에 위배하여 낙찰계원에게 지급하지 않는 행위, 회사 이사가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자에게 회사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 금융기관이 부적격자에게 대출하거나 한도를 초과하여 대출하는 행위,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 또는 주요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무단 반출하는 행위, 회사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게 하는 행위 등 많은 재산적 비행에 대해 배임죄가 적용된다. 사법정책적 필요에 따라 형벌 규정을 함부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벌성의 경계가 모호한 배임죄에 대해선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석론과 개정론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요구된다. 다만, 기존 배임죄의 적용 범위가 넓었던 만큼 그 범위를 축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처벌 공백 또한 적지 않다. 발생할 수 있는 처벌 공백의 범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배임죄가 보호하던 피해자들을 경제범죄 피해에 노출시키는 등 또다른 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사이 김형진 변호사 (saai@saa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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