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창녕신문 |
|
|
 |
|
| ⓒ 창녕신문 |
|
-창녕문화원장 한삼윤-
'길 위의 인문학'은 곧 도학(道學)입니다. 그렇다면 도학의 달인은 누구일까요? 수많은 인물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한훤당 김굉필 선생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소학동자(小學童子)’라 불렀습니다.
'소학(小學)'은 단순히 아동을 위한 교재가 아닙니다. “쓸고 닦고 응대하며, 나아가고 물러서는 절도(灑掃應對, 進退之節)” ― 이처럼 '소학'은 일상생활 속 예절과 절도를 통해 인격을 세우고 삶의 뿌리를 다지는 책입니다. 그래서 '소학'은 곧 근본입니다. 반면 '대학(大學)'은 그보다 더 큰, 인생의 방향을 가르칩니다. “사물의 이치를 궁구해 앎에 이르고(格物致知), 뜻을 성실히 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며(誠意正心), 자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여(修身齊家),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治國平天下)” ― 이는 한 사람의 배움이 수신(修身)에서 시작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로 확장되는 큰 도리입니다. 이처럼 소학은 '뿌리'를, 대학은 '줄기'이자 삶의 기본 틀을 제시합니다.
지난 9월 말, 창녕문화원 주관 '길 위의 인문학' 첫 번째 강좌가 '여씨춘추(呂氏春秋)'를 끝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동서원과 한훤당 고택 답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한훤당 선생의 정신이 깃든 도동서원과 고택의 고즈넉한 뜰을 걸으니, 문득 그 분의 뜻 이 더욱 깊이 와 닿았습니다. '작은 예절 하나도 무심히 여기지 않고, 큰 도리를 허망하게 논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령임을 절감했습니다. 오늘날 인문학은 종종 지식의 장식품쯤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 답사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인문학은 삶의 '뿌리(소학)'와 '줄기(대학)'를 동시에 세우는 살아있는 공부라는 사실입니다.
소학에서 시작해 대학으로 이어지는 길,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다운 삶으로 이끄는 여정이었습니다. 김굉필 선생이 자신을 끝내 ‘소학동자’라 부른 까닭은 아마도 여 기에 있을 것입니다. 근본을 잃지 않으려는 겸손과 기본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실천, 그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진정한 도학(道學)의 정신입니다. 근본을 중시하는 소학동자의 정신이야말로 각자의 삶을 바로 세우고, 결국 공동체 전체를 이롭게 하는 함께 잘 사는 길의 첫걸음입니다.
이 가을, 우리 모두 한훤당 선생처럼 '소학동자'가 되어 삶의 작은 근본부터 다시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