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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윤칼럼] ​효(孝)와 교(敎) / 씨앗에서 글로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10일

ⓒ 창녕신문


-창녕문화원장 한삼윤-



ⓒ 창녕신문

​한자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삶의 지혜가 드러난다.

​'孝(효)'는 늙은 이를 뜻하는 ‘耂’와 어린아이를 뜻하는 ‘子’가 결합된 글자이다. 곧 늙은 이를 받드는 자식, 즉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효의 근본 의미이다.
동시에 그 모습은 씨앗과 뿌리의 관계를 닮았다. 땅속의 씨앗이 하늘을 향해 돋아나듯, 자식은 부모의 은혜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간다. 씨앗이 없으면 꽃이 없듯이, 효가 없으면 삶의 문화도, 문장도 자랄 수 없다. 옛사람이 말한 “先孝後文(선효후문)”, 곧 먼저 효를 세우고 그 뒤에 문을 배운다는 가르침은 그래서 곱씹을 만하다.

글은 삶의 장식이 아니라, 효라는 뿌리에서 돋아난 줄기여야 한다는 뜻이다.
효를 잃은 글은 공허하지만, 마음의 밭에 뿌리 내린 효는 글을 통해 삶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孝(효)의 의미를 바탕으로, 이제 敎(교)라는 글자를 흥미롭게 살펴봅시다.

敎는 ‘孝’와 ‘攴(복, 손에 막대기)’가 합쳐져 있다. 여기서 '孝'는 소리와 의미를, '攴'는 행동을 상징한다. 가르침이란 결국 효를 바탕으로 하여 손으로 바로잡고 몸으로 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르침은 지식처럼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며, 본받음과 훈련, 때로는 채찍 같은 엄격한 가르침이 더해져야 완성된다. 효(孝)가 바탕이 되고, 그 위에 손길이 더해질 때 비로소 교(敎)가 된다. 이 점에서 향교나 서원의 전통은 상징적이다.

향교와 서원은 크게 두 가지 기능, 곧 제향(祭享)과 강학(講學)을 함께 지녔다. 학문을 강론하고 글을 익히는 강학이 핵심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보다 먼저 세워진 기능은 제향이었다. 선현과 스승, 조상을 모시는 예를 올리는 일, 곧 ‘섬김’에서 모든 배움이 시작된 것이다. 효와 공경이 뿌리로 자리 잡지 않으면 배움은 공허한 지식에 그치고 만다는 것을 제도 속에서도 분명히 한 셈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식과 정보가 과잉된 시대이다. 그러나 효의 뿌리를 놓치면 교육은 지식 주입에 그칠 뿐, 사람을 세우는 힘을 잃는다.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 선대의 지혜에 귀 기울이는 태도,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생활 속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다. 씨앗은 땅속에서 보이지 않지만, 모든 열매의 근원이다. 효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인간됨의 근간을 이룬다.

그 보이지 않는 뿌리 위에 글이 피어나고, 가르침이 무르익는다. 결국 교육은 효라는 “씨앗을 일깨워 주는 손길”이어야 한다. “先孝後文”, 이 짧은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림이 크다. 먼저 뿌리를 세우고, 그 위에 꽃을 피우라는 말이다. 효와 교, 제향과 강학, 씨앗과 손길이 이어지는 고리 속에서 우리는 사람다움의 길을 다시금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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