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우의 우문현답: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어머니의 손
한정우(창녕행정발전위원회 위원장. 법무사)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18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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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창녕과 화왕산에 쌓인 눈으로 봄이 조금은 멀어 보이지만 장터와 개울가, 따사로운 언덕 주변에는 갖가지 초록의 새싹이 꿈틀거리고 있다. 즐거운 색채를 지닌 초봄의 꽃들이 남지 유채꽃 축제단지와 우포, 그리고 창녕군, 읍면 곳곳을 뒤덮을 것이다. 부지런히 다음 추수를 벌써 준비해두신 창녕의 농민 분들과 생업, 학업에 종사하시는 창녕군의 모든 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올봄에 좋은 일들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기억이 가득한 창녕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에서 만나 뵙는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악수를 청한다. 한사코 손을 주시기를 망설여하시는 할머님께 왜 그러시는지 여쭈었더니 거친 손이 못생겨 부끄럽다고 하셨다. 저도 잘생긴 손은 못 됩니다 라며 손을 청해 잡았더니 무거운 굳은살로 찬 삶의 무게가 손으로 전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남은 하루 동안 광주리에 가져오신 거 다 파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가시라 말씀을 올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 그리고 언젠가 어린 필자의 머리 가르마를 넘겨주시던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그 딱딱하고 거친 손이 생각이 났다.
가족을 부양하셨던 어머니의 손
필자의 어머니께서는 꽃다운 나이에 가난한 농부의 색시로 시집을 오신 이후로 더 일어서기 힘드신 나이까지 줄곧 장마면 산지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자기 땅이 없는 남편의 가난한 상황에도 불만 하나 없이 몇 마지기씩 빌린 땅을 열심히 일구셨고 추수 이후엔 소작료를 떼어 갚으셨다.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는 새벽부터 아들·딸들을 깨우시며 오늘은 더 열심히 일하라고 꽁보리밥에 총각김치를 내어주셨다. 형들이 아직 더 자겠다고 대꾸라도 할 때면 불평이 많은 사람은 못쓰는 법이라며 엉덩이를 때리시며 동생들 본받도록 더 부지런히 일하라고 채근하셨다. 일을 참 잘하시던 어머니의 손이었다. 한 곳 비어있지 않게 모를 옮겨 심으셨고 형제들이 놓치고 간 잡초들을 놓치지 않고 뽑으셨다. 그러면서도 새참은 참 맛있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하고 먹는 어떤 새참이 맛없겠냐마는 없는 살림에도 차려놓은 어머니의 손맛을 가족들은 정말 좋아했다. 필자도 고등학교까지 잡곡밥에 김치하나였던 어머니의 도시락이 늘 기다려졌었다.
고단한 삶에도 가족을 지킨 어머니
장날이면 전날 뜯어놓은 나물들과 참깨 고추등을 광주리에 담아 남지장이나 영산장으로 먼 길을 나서시던 어머니였다. 필자는 여동생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집으로 오시는 길의 가장자리에 앉아 해가 지도록 어머니를 함께 기다렸다. 아침에 광주리에 담겨졌던 나물,양념류들이 모두 비어있길 바라면서, 또 대신 그 광주리의 빈자리를 아들과 딸들이 먹을 뻥튀기와 십리과자가 채워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어머니의 모습이 보일 때면 힘껏 달려가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기다린 뻥튀기와 십리과자였지만 어머니께서 사오지 않으셔도 좋았다. 언젠가 어머니를 도우려 함께 나간 장은 참 힘들고 고단한 곳이었다. 시장의 통로 좋은 목을 잡기 위해 새벽같이 나갔고 종일 고개를 들고 손님을 맞았다. 물건이 팔리지 않는 설움을 자식에게 들키지 않으려 눈을 마주치지 않으시려던 어머니셨다. 조금 더 비싼 값에 많이 사주는 손님께는 신이 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고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창녕의 모든 어머니의 손을 사랑합니다
최근 남지장의 노상에서 나물을 파시던 할머님의 손을 보고 든 생각이 종일 머리를 떠나지 않는 하루였다. 필자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손은 필자만의 기억은 아닐 것이다. 필자보다 더 어린 세대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손이기도 하고 지금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다름없는 손일 것이다. 어머니의 굵고 거친 손은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보냈음을 말해준다. 시집올 때 섬섬옥수 고왔을 아가씨의 손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외롭고 힘든 자리에서 아픔과 설움, 가족의 행복과 희망이 더해져 굳은 살이 되었을 것이다. 결코 쓰러지지 않고 가장 단단한 둥치로 아들 딸들을 지켰을 창녕의 모든 분들의 손을 사랑한다. 이 글을 읽는 창녕의 모든 분들과 출향 인사분들께도 어머니의 손이 생각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18년 0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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