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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림의 지혜

창녕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 지광 한삼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1일
ⓒ 인터넷창녕신문
코로나 감염병이 쉽사리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블루’란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심리적인 우울상태’를 말한다.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코로나 비상시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범세계적 범국가 사회적인 대처는 차치하고 이젠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의 마음을 추서려 자신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평소 자주 만났던 지인 중에 갑자기 목숨을 끊었다는 불행한 소식이 ‘코로나블루’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평상시 빈번하게 왕래하던 공공장소에는 출입의 제한이 따르는 등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면 일시적으로는 사람들이 답답해 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세상풍경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동양 고전의 정수라 일컫는 ‘주역(周易)’은 세상만사의 변화의 이치를 설명하는 음양 철학서이다. 한 번 어두워졌다 한 번 밝아짐이 반복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세상 이치다. 이를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감염병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좌절과 절망의 끝자락에 보석처럼 매달려있는 것이 희망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자업자득의 과보로 알고 희망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함이 바람직할 것 같다.

옛 성현들은 주역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했다. 주역의 핵심은 ‘때를 알고 변화를 인식해서 상황에 따라 변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知時識變/隨時變易)
변화하는 세상에 그 변화를 수용하고 나아가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간다면 삶의 주역(主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역에 의하면 2020년 경자년(庚子年) 한 해는 변화(庚)와 시작(子)의 해로써 ‘산천대축괘(山天大畜卦)’에 해당된다. 덕(德/山)을 하늘(天)보다 높게 쌓아 정신적으로 ‘내공을 기르다’는 뜻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코로나 시대가 도래 할 줄 훤히 꿰뚫어 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섬뜩하기 까지 했다. 성현들의 밝은 지혜와 안목에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말 중 ‘도사리다’라는 말이 있다. 명사형은 ‘도사림’이다. ‘자리를 잡고서 기회를 엿보며 꼼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라고 본다.

주역에서는 사람을 포함한 만물의 성격을 크게 8가지(8괘)로 분류하고 있다.
하늘(天), 연못(澤), 불(火), 우레(雷), 바람(風), 물(水), 산(山), 땅(地) 등이 그것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 연못(澤)과 같이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침착성을 잃고 사고를 친다면 생명의 기운을 낭비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와 같은 어려운 난국에서 자주 거론되는 괘상이 ‘지택림괘(地澤臨卦)’다.[64개 괘상 중 19번째)
이는 ‘땅(地) 속에 연못(澤)이 있는 형상’으로 생명력(연못)인 내부의 기운을 땅 속에 저장하여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도사림’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도사림’은 ‘자신을 내려놓고(下心) 안으로 내공을 쌓으면서 임(臨)하라’는 지혜의 안목이다.

개구리가 일시적으로 웅크리는 것은 멀리 뛰기 위함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방편이 ‘도사림의 지혜’에 녹아있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했던 말과 상반되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불특정다수에게 주로 적용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친구간의 ‘마음의 거리’는 더욱 좁혀나가는 묘안이 필요 할 것 같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폴 부르제는 말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한양대학교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는 일갈했다. “삶을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고.

도사림을 통해 본심(평상심)을 회복하는 것이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본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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