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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편조, 아버지 신원경을 만나다(3)

* 편조, 회한(悔恨)의 시묘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22년 07월 15일
아버지 신원경의 장례는 개경에서 아들들이 돌아오고서 두 달이 지나서야 영축산 산록에 안장하였다.
편조는 초상을 치르는 동안 문상을 온 일미암의 진묵대사와 각조, 벽송과 벽계 앞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승님. 비록 제가 중이 되어 속세와 인연을 끊었다지만 제 부모가 누군지 이제 막 알았으니 한탄이 절로 나오고 아버지를 진작 만나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걸 뉘우치며 누구를 불문하고 원망이 절로 나옵니더.”
진묵대사는 편조의 하소연을 귀담아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테지. 관상이 흉하다고 절에 맡겨 중으로 만들게 한 네 조부님 초당이나 아들을 청룡암에서 만났으나 지 아들임을 내색하지 못한 초재나 이때껏 네 출생 내력을 밝히거나 알려주지 않은 나와 송허선사가 원망스럽기도 할 거야.”
옆에서 얘기를 듣던 벽송이 끼어들었다.
“우째 회한이 없겠습니껴? 내 같으면 화가 나서 고함을 치든지 통곡을 하든지 아이문 방구(바위)에 대가리를 처박고 피가 나도록 분풀이를 하겠구마.”
“에이! 이놈아! 수도 정진하여 머리를 깎은 녀석이!”
진묵대사는 짐짓 벽송을 크게 나무랐다. 편조는 자기 생각을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를 모시며 효도하지 못한 죄를 용서받는 길이 어찌 없겠습니까? 비록 속세와 인연을 끊고 출가했다지만. 스승님! 이 하찮은 놈이 연을 끊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잠시 산에서 내려와 아버지 산소를 지킬까 합니다.”
진묵대사는 편조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 잠시 하산하여 속세의 인연을 이었다가 그것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옆의 벽송이 또 끼어들었다. 사제 각조는 말이 없이 스승의 말을 기다렸다.
“대사님. 편조 스님도 3년을 시묘 살아야 합니껴?”
“아니다! 1년 만에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라.”
“예…….”
시묘를 1년 만에 그치라는 진묵대사의 명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보통 3년을 묘 곁에 초막을 짓고 거친 밥을 먹으며 효도를 하는데. 시묘(侍墓)는 신예를 비롯한 형제들이 다 모여 번갈아 가며 지냈으나 편조는 그들과 상관없이 산소 옆 초막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그는 형제들에게 공언했다.
“내가 내 뜻과 상관없이 조부님이 정한대로 중이 되어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했으니 불효가 아니냐? 나는 1년 열두 달을 시묘하겠다. 내가 중이 될 때 속세과 인연을 끊겠다고 서약을 했는데 진묵 대사님의 허락을 받았다. 1년만 하산하여 아들의 도리를 다하라 하시네.”
신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야 부자지간임을 알았으니 얼마나 애통하고 한이 많겠소. 우리 중 형제 하나가 옥천사 스님이 된 줄을 저도 정말 까맣게 몰랐소. 1년 하산을 허락받았다니 뜻대로 하시구려.”
조선 시대에 와서는 적서차별이 극심하였으나 고려 때는 그리 심하지 않아 형제들은 돈독한 우애를 갖겠다고 편조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신예는 대범하게 누가 형인지 아우인지 따지지 않고 편조를 대했으며 나머지 신부나 신순, 신귀는 편조를 형님으로 대했다.
“네가 절에서 불경만 공부하였을 텐데 이제 잠시 하산하였으니 내가 읽은 책들을 가져왔으니 틈틈이 예불도 드리고 불경도 읽으면서 논어와 춘추를 읽어봐라.”
“옥천사에서 글공부할 때 소학이니 논어니 조금 배운 바 있어.”
“그랬구먼. 스님들이 원나라로 가서 그곳 고승들을 만나 배워 득도하였다 하니 너도 그래야지. 내가 중국말을 가르쳐줄 테니.”
“그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릴세.”
신예의 제안으로 편조는 초막에 가져다 놓은 논어나 춘추를 비롯한 책들을 읽었고 또 중국말을 배우고 익혔다.

진묵대사가 허락한 1년의 기한이 다 되어 편조는 아버지 무덤을 지키던 시묘살이를 끝내고 일매암으로 돌아갔다.
“부모님 시묘도 일종의 고행이고 수행이니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수도 정진하여 깨닫기 바란다.”
옥천사 주지 청암대사가 당부했다. 관룡사 뒤에 있는 또 다른 스승이며 그에게 신돈이란 이름을 지어주셨던 할아버지인 송허선사의 부도를 찾기도 했다. 시묘살이를 마치고 일미암으로 돌아온 지 넉 달 만에 진묵대사에게 조심스레 여쭈었다.
“스승님. 1년 시묘를 끝냈으나 제 마음이 여전히 불안하고 어지럽습니더,”
“아직까지 업보와 회한이 남아서 그런 거다.”
“스승님, 부처님께서 부귀영화와 처자식을 버리고 출가하여 고행했듯이 저도 절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행각승으로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스승 진묵대사는 쉽게 답을 하지 않고 며칠을 지내고서야 행각승 수행을 허락하였다.
“언제 올끼고? 행각승이 되어 돌아댕기면 곳곳에 도적이 설치고 공양도 제대로 못할 것인데?”
벽송이 걱정을 하자 편조는 웃음으로 회답했다.
“며칠쯤은 굶을 각오를 해야지. 넉넉잡고 1, 2년은 걸리지 않겠어?”
시묘하러 영산을 다녀온 지 다섯 달 만에 편조는 가벼운 바랑을 메고 행각승 차림으로 일미암을 훌쩍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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