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이불루(儉而不陋)’의 걸작,
창녕 술정리 동삼층 석탑(국보 제34호)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 입력 : 2021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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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선조들의 애환과 삶의 지혜가 응축된 가치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다시 말해 ‘시대를 담아온 그릇’으로서, 변화를 야기해 온 모든 문화 활동 중 그 가치가 높다고 인정되는 유형, 무형의 축적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창녕 술정리 동 삼층석탑(국보 제34호)은 창녕읍 만옥정 공원에 위치한 창녕신라진흥왕척경비(국보 제33호)와 더불어 창녕의 대표적인 국보급 문화재로, 숱한 세월 창녕인의 간절한 바램과 소망을 품어 온 희망 탑이다. 한 곳에 머물지만 늘 움직이는 정중동(靜中動)의 표상이다.
2020년에 발간된 ‘창녕군문화재대관’에 의하면, 본 삼층석탑은 창녕읍 중심지역인 술정리 도심에 위치한 탑으로, 이중 기단위에 삼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석탑이 위치한 곳은 오랜 시간 도심화가 진행되어 다른 유구는 찾아볼 수가 없다. 기단부의 결구수법이나 탑신부의 구성은 경주 왕경에 건립된 석탑과 비견될 정도의 안정감과 정교한 조각 수법을 지니고 있어, 왕경 내 장인이 직접 파견되어 건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탑이 위치한 사찰에 대해선 확실한 문헌 기록은 없으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이루어진 발굴 조사서에서는 ‘송림사(松林寺)’명 기화가 출토되어, 해당 사찰의 본래 이름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탑의 특징은 가람배치에 있어서 탑과 금당의 배치가 남북축선보다는 동서축선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본 석탑은 1965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전면 해체 수리 당시 삼층 몸돌 석 상면 사각 사리공에서 동제잔형사리기와 황색 유리사리병, 소형구슬 및 향편 등이 발견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에 있다.
현재 탑 지대석 외곽으로 1열로 구획한 석렬이 남아 있는 바, 한쪽 모서리에 탑구로 보이는 돌들이 남아 있다. 현재 남아있는 탑의 높이는 5.6m이다. 기단부는 상하층 이중으로 되어 있다. 하층 기단은 지대석과 면석을 한 돌로 하여 5매의 판석으로 결구하였다. 하대 덮개돌도 5매로 구성되었는데 상면은 모서리 쪽으로 약한 경사가 있으며 중앙에는 호각형의 2단 괴임으로 상층기단 면석을 받치고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1면 1매의 판석으로, 엇물림으로 결구하였다. 상대 덮개돌은 4매로 하단에는 1단의 부연을 두고 상면 중앙에는 2단의 각형 받침을 두어 초층탑신을 받치고 있다.
탑신부는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1매로 구성하였다. 몸돌은 모두 모서리에 기둥을 새기고 있고 표면의 장식은 생략하였다. 지붕돌은 모두 처마 아래로 5단의 층급 받침을 가지고 있으며 상면에 2단의 각형 괴임을 두어 위층 몸돌을 받치고 있다. 지붕돌의 낙수면은 모서리에서 경쾌한 들림을 보이고 있으며 모서리에는 양쪽에 1개씩의 풍경공을 마련하였다. 탑머리 상륜부는 모두 없어졌으나 삼층 지붕돌 상면 중앙에 거대한 찰주 구멍이 남아 있다.
술정리 동삼층석탑은 창녕군 불탑의 대표주자로 경주에 있는 석가탑에 버금갈 정도로 그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는 ‘검이불루(儉而不陋)’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약 900m 서쪽에는 창녕술정리서삼층석탑(보물제 520호)이 자리하고 있다. 이걸로 미루어 같은 사찰 경내에 동 탑과 서 탑 두 개의 탑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별 개 사찰의 탑으로 추정된다. 술정리 동삼층탑은 창녕의 전통시장과 맞닿아 있어 세간과 출세간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은근히 암시하는 모양새다. 1200여 년간 이 풍진 세상을 견디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 온 이 탑은 창녕의 오래된 고전이자 내일의 소망을 밝혀주는 등불이다.
하루살이에겐 내일이 없다.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 말고는 동탑을 지나치며 기도하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란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불신충만어법계(佛身充滿於法界)’라고 했다. 동탑 주변에는 당산공원이 있고 시장이 있으며, 수려한 창녕천이 흘러 서민들의 갖가지 삶이 행복으로 전환된다. 이런 곳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광명이 두루 하니 정토가 따로 없다.
탑으로 오는 분은 저마다 소망과 믿음과 경건함을 가지고 온다. 힘들 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탑은 힘을 더하는 곳이 아니라 힘을 빼는 곳이다. 나를 들고 와서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려놓아야 우리가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근심과 걱정, 고민과 고통을 우습게 보는 것이 희망이다. 가장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큰 그릇이 아니라 아무것도 채우지 않는 빈 그릇이다. 아무리 큰 그릇이라도 음식이 가득 차 있으면 더는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사람들은 탑에 와서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간다. 어둠이 살짝 내려앉을 때, 새벽 여명이 다가올 때 쯤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탑은 만남과 관계를 일깨우는 깨달음의 시설이다. 술정리 동탑엔 주변이 넓고 여지가 많아 부처님의 품처럼 넉넉함과 여유를 주는 창녕의 성소(聖所)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닦는 수심(修心)의 열린 장소이며, 일상에서 마음을 잘 사용토록 돕는 용심(用心)의 수행 공간이다.
흔히들 불가의 가르침은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이 한 마디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위로는 깨달음(보리)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이다. 스스로에게도 이롭고(自利) 다른 사람에게도 이롭게 한다(利他)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가르침이다.
탑엔 부처님의 법신사리가 모셔졌다. 가르침을 되새기고 경배하며 욕심을 내려놓을 때 성취가 이뤄진다. 그래서 ‘최상성불(最上成佛)’ ‘만사성취(萬事成就)’가 기도의 참된 패턴임을 보여준다.
취재. 편집인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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