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물러나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봄에 심은 채소가 비에 쓸려가지 않았는지 조바심을 내며 텃밭으로 향했다. 고추와 상추, 가지 등 푸성귀들은 자취를 감추고 억센 잡초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풀을 걷어내고 그늘에 앉아 매미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땀을 식혔다. 매미의 구성진 연주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냇물이 흐르는 나무 그늘에 자리 깔고 누워 매미의 합창을 들으며 놀았던 친구들이 문득 보고파진다. 매미는 습하고 어두운 땅속에서 7년을 유충으로 지내다, 어미가 살던 이름 모를 나무에 매달려 이슬과 수액으로 생을 부지한다. 욕심이 없어 집도 짓지 않고 한 열흘가량 짧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노래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부른다. 죽어서는 자신의 먹이가 되어 준 나무 아래 묻혀 거름이 된다. 선현들은 신의(信義)와 염치(廉恥)를 알고 덕(德)이 있는 곤충이라며 함부로 잡지 못하게 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마치 우리의 삶과 비슷하지만, 사뭇 다르다. 한갓 미물(微物)에 불과한 매미마저 우리에게 깨우침을 준다.
과거에는 언론이 무관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이어, 언론을 제4부라 지칭하고 기자를 무관(無官)의 제왕이라 부르기도 했다. 전제군주 정권과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억압받다가 해방되고 민주 정부가 수립되자, 언론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때는 동아, 조선 등 일부 신문만 있던 시절이라 기자의 영향력이 막강해 무소불위를 휘두르기도 했다. 방임(放任)과 특권이 난무하고 힘센 사람이 큰소리치던 과도기의 아픈 추억을 굳이 들춰낼 건 없지만, 이해를 도우려 언급했다. 요즘 우리는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살고 있다. 심지어 1인 미디어까지 범람해,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다. 게다가 언론 종사자들도 많아, 사명의식을 가진 전문직이라기보다는 일반 직장인에 가깝다. 매일 다양한 볼거리와 뉴스가 봇물 터지듯 치솟아 오르지만 볼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사별 개성이나 특징도 없이 천편일률(千編一律)적이다. 우후죽순처럼 발행되는 유사지로 인해 뉴스의 질은 떨어져 하향 평준화되고, 한정된 광고 파이는 더욱 잘게 쪼개야 한다. 하지만 이를 원망하는 곳은 없다. 남 탓하기 좋아하는 호사가(好事家)나 정치인들은 제반 책임을 언론에 돌리고, 심지어 뒤집어씌우기까지 한다.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는 듯해서 씁쓸하고 안타깝다.
언론은 자유를 기반으로 한, 공공의 도구로 건전한 여론 형성과 공공복리 증진 및 문화 창달에 앞장서고 사회적 책임을 진다. 그 이행 조건으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기자는 양심과 윤리강령에 따라 취재하고 자기가 쓴 기사에 책임을 진다. 따라서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한 뒤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추측성 기사나 소설이나 글짓기 하듯 해선 안 된다. 취재원 보호도 중요하며, 상대가 있을 경우는 그쪽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 특히, 특정 개인이나 단체, 기관의 회유와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기자는 공익과 신뢰, 사명감으로 일하고 명예를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 독자는 기자보다 현안파악을 더 잘하지만 이를 지켜볼 뿐이다. 따라서 취재에 더욱 진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우리 고장에도 지역을 대변하는 향토신문들이 있다. 군청기자실에는 일간지 와 지역신문 기자가 동시에 출입하고 있어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그들은 단체장의 동정과 지역 현안을 주로 챙긴다. 선출직 공무원은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일하며, 기자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행정 책임자들은 언론과 가깝게 지내려고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친소관계를 유지하거나 소원(疏遠)해선 안 된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
얼마 전, 민선 8기가 출범했다. “창녕을 새롭게, 군민을 신나게”라는 지표를 내걸고 공정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 군수가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의 당찬 포부와 각오로 봐서 일 잘하는 군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취임 초기는 유권자와 언론 등이 초보운전자에게 길을 양보하듯 참고 기다려 준다. 소위 허니문 기간이다. 이때는 경쟁 관계에 있는 정당에서조차도 지켜본다. 지역 언론도 그럴 것이다. 건전한 지적과 충고는 향토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고, 격려와 배려는 당선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직 군민의 눈과 귀가 되어 쉼 없이 달려온 지역의 대표 언론, 창녕신문사의 창사 21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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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일 수필가, 언론인, 부산시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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