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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김치에 담긴 사랑

한정우 칼럼 (창녕행정발전위원회 위원장·법무사)
창녕사랑愛 김장나눔행사, 우리 이웃에게 사랑이 담긴 김치를!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13일

         창녕사랑愛 김장나눔행사, 우리 이웃에게 사랑이 담긴 김치를!

지난달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창녕사랑愛 배추1만포기 김장나눔행사가 있었다. 첫날과 둘째날은 배추를 자르고 고른 후 하루 동안 굵은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준비한 후, 29일은 창녕군민체육관 광장에서 함께 배추를 양념에 치댔다. 장장 사흘 동안 이어진 춥고 힘든 봉사활동이었지만 여성단체협의회와 자원봉사자회, 장애인후원단체, 새마을지도자가 주축이 되고 경찰관과 공무원등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았다. 해가 지도록 간이 책상에 불편하게 서서 김치를 담갔고, 의용소방대원들과 농협직원분들, 공익근무요원들도 열심히 김치를 나르며 일을 도왔다. 필자도 집사람과 함께 김치담그기에 동참했는데, 우리가 담그고 나른 김치는 창녕군의 독거 노인분들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웃분들께 전달될 것이다. 그리고 겨울 내내 밥상 한 켠을 지키며 즐겁고 맛있는 식사를 도울 것이다. 다만 우리가 담그고 나른 것이 단순히 김치가 아니라, 이웃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창녕군민 모두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헤아려 살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 생각은 필자뿐만 아니라 사흘간 자리를 지켰던 모든 분들의 진심일 것이다.

ⓒ 인터넷창녕신문

함께 김치를 담그며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여성 봉사자 분께서 살아오며 생각해보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릴 적 어머니께서 김장김치를 담그며 입에 넣어주셨던 겉절이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가슴 깊이 공감이 되면서 필자는 문득 어릴 적 무심히 먹던 어머니의 그 김치가 생각났다.



옛 시절 김치에 담긴 소박한 어머니의 사랑

초등학교 다닐 적 뒷산에 올라 소를 먹이며 해가 지도록 책을 보다가, 노을이 지고 밥 익는 냄새가 나서 소를 끌고 집에 오면 어머니께서는 아들을 위해 늘 아랫목에 밥상을 차려두셨다. 대학입학 학력고사 날에도, 군대 입대하기 전 날에도, 전역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에도, 직장 회식으로 술을 잔뜩 먹고 난 다음 날 해장하라며 내어주신 콩나물 맑은 국 옆에도 언제나 어머니의 김치가 있었다. 그 김치는 배추김치였고, 무김치였으며, 열무김치였다가, 물에 씻은 듯 맑은 백김치이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기쁘고 슬펐던 삶의 순간순간마다 아들의 식사를 지켰던 어머니의 그 수많은 김치들이 떠오른다. 조금 더 오래 머물길 바랐던 기쁨의 순간에도, 때로는 좀 더 빨리 떠나가길 바랐던 슬프고 우울한 나날에도 삶의 순간순간마다 늘 밥상 한 곁에는 어머니의 김치가 지키고 있었다. 가난했던 탓에 그 당시 귀하던 계란후라이 하나 없이 꽁보리밥에 김치 하나였던 밥상이었다. 때로는 비싼 반찬과 함께 먹던 친구 것이 부러워 어머니께 투덜대었지만, 생각해보면 그 수많은 김치들이 나를 향한 어머니의 소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머니께서는 한겨울 추위에도 우리 7남매가 맛있게 먹을 생각만 하고 언손으로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치대셨을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김치와 같은 것이어서

우리 모두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김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부족해보이기도 하고 어떤 날엔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지만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그 부족함마저도 부모님 역시 부모님의 역할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미숙했을 뿐이었음을, 마음은 나를 너무나 아끼셨다는 것을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지금의 아들 딸들을 키우면서야 알았다. 우리 부모님이 친구네 혹은 누구네 부모만큼 많이 배우지 못해서, 돈이 많지 않아서 서럽고 원망스러운 우리 고장의 청년들이 혹여 있다면 이 지면을 빌어 이야기해주고 싶다. 지금 청년들이 받고 있는 스스로 초라해 보이는 사랑도, 부모님이 내어준 최선의 사랑이라는 것을. 내 양말은 기워 신어도 아들 딸은 겨울에 번듯하게 새 양말과 신발을 신겨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삶이란 원래 힘들고 외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힘든 과정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어느 부모님도 자식에게 ‘이 정도면 많이 했지’라고 떳떳해하지 않을 것이다. 더 못해줘서 미안하고 또 아무리 못나도 내 자식이기에 사랑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정말 그렇다. 글을 쓰면서 입술에 아련한 슬픔이 맴돈다.
 
ⓒ 인터넷창녕신문

       세대간 사랑, 우리 창녕에서부터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그 김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어머니 정말 감사했고 사랑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필자와 동세대 친구들의 아쉬움이 글을 읽는 분들께 공감되었으면 한다. 혹시 독자 분들 중에 현재 부모님과 분가하여 살고 있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부모님께 추운 날씨에 별 일없으시냐는 가벼운 안부전화를 걸어볼 것을 제안한다. 혹여 용기가 된다면 평소 그렇게 어렵던 ‘부모님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말씀 붙여 올려보자. 사랑은 표현하는 만큼만 전달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 글이 창녕과 출향 독자 분들께 부모님의 마음을 더 진정성 있게 느끼고, 또 자식들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나간 것이 무엇인지 바로 깨닫지 못하고 한참 걸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이 안타까움이 이 글에 공감하는 필자세대 독자들과, 이 글을 읽는 창녕의 젊은 청년, 학생들, 그리고 늘 미안한 아들과 딸에게 조금은 전해졌으면 한다.
창녕신문 기자 / cnilbo@hanmail.net입력 : 2017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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